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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숨결이 닿는 순간

파란딱지

이렇게 통째로 필름이 끊긴 건 처음이었다.
실연에 폭음. 그걸로 부족해 낯선 집에서 눈까지 뜨다니.
살면서 처음 겪는 단 한 번의 실수가 계획적으로 살아온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마는데…….

“콕 집어 송은다 팀장님께 인테리어 의뢰가 들어왔네요.”
의뢰받은 집에 발을 들인 순간, 은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무채색 침대와 탁자.
이곳은…….

“그날 제가 실례가 많았죠? 술이 너무 취해서…….”
은다는 차마 시원의 얼굴을 마주 볼 용기가 없어 술잔만 응시했다. 비워진 잔에 다시 술을 채우며 시원이 무심히 말했다.
“만날 때마다 그날 있었던 일을 하나씩 알려주겠습니다.”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네? 그게 무슨…….”
심장이 쿵쾅거리고 저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갔다.
“그날 일을 ‘실수’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다.”
시원의 깊고 검은 눈동자가 오롯이 그녀 하나만을 담아냈다.
“우리 진지하게 만나 봅시다.”
귓가를 스치는 목소리에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

“눈 떠서 날 봐요.”
정염이 묻어난 속삭임에 감았던 눈을 뜨자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긴 손가락이 보였다.
“말해 봐요. 뭘 원하는지…….”
그의 입 안에서 나온 새빨간 혀가 손가락에 묻은 애액을 핥아내기 시작했다. 선정적인 모습에 은다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먹고 싶습니까?”뭐라 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입 안으로 손가락이 밀고 들어왔다. 비릿한 향이 입 안에 확 퍼졌지만 뱉어낼 수 없었다.
그가 했듯 은다가 손가락을 핥아냈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달칵, 뭔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녀의 신경은 온통 입 안의 것에 몰려 있었다.
“이건 새 걸로 사주겠습니다.”
귓가에 시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스타킹이 찢겨 나갔다.